반응형 All That Life/인생시계31 라떼는 말이야... "라떼는(나때는) 말이야..." 이 말도 한국어의 언어유희라고 해야 할까? 난 요즘 이 말이 참 웃기면서도 씁쓸하다. 처음에 들었을 땐 "참 기발하다. 신선한대..." 라고 재밌게만 생각했는데 점점 왠지 모를 찔림이 생긴다. 글쎄...도둑이 제 발 저려서 그런건지, 고리타분한 기성세대들, 즉 시쳇말로 참 꼰대스런 사람들을 겨냥해서 희화한 말 같기 때문이다. "꼰대"는 고집스럽고 자기 말만 옳고 남의 얘기를 듣지 않는, 소통이 안 되는 불통인 어른을 일컫는 말이지 않는가. 나는 '꼰대'라는 단어와 영원히 무관할 거라 여겼는데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이 무겁고 불편히 느껴진다는 건 나도 그런 부류가 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꼰대라기 보다는 그저 나이가 들어감에서 오는 나이듦의 현상일까? 그러면 좋.. 2021. 5. 25. 마음이에게 물주기 나는 식물을 잘 키우지 못하는 일명 식물킬러인지라 굳이 내돈 주고 사서 키워 볼 생각을 안 해 보았다. 그럼에도 화분이나 꽃을 선물 받으면 ‘얘를 잘 키워서 생명 연장을 해줘야지!’ 라는 결연한 의지가 샘솟아서 식물들의 자리를 잡아주고, 물을 주고 나만의 사랑을 주며 희열을 느낀다. 물을 몇 번 준 행위만으로 자기 만족에 빠져버린 식물킬러는 바라보고 바라보고 또 바라만 본다. 점점...푸름이 옅어지고, 빨갛고 노랗던 색들이 사라져갈 때쯤, 식물들의 신호를 알아챈다. 그렇다. 그저 바라 보기만을 즐기다가 물주는 것을 잊어버리고 햇빛 한 줄기를 못 받게 했으니 메말라 가는 건 당연지사. 살려달라는 S O S를 잎의 색깔로, 흐려지는 내음으로 외쳤을 텐데 나는 애써 외면했는지도 모른다. ‘설마...그리 빨리 .. 2021. 5. 17. 세상은 자꾸 우리에게 미쳐야 한다고 했었다. 한 때의 유행 중, 공부든, 일이든, 연애든 어느 한 분야에 미친 듯이 빠져보라는 사회 분위기가 암묵적으로 흐르던 때가 있었다. 세상의 모든 공식들이 미쳐야만 생존할 수 있게끔 답안을 만들어 놓고 그것에 도달하지 못하면 '넌 낙오자'야 라고 손가락질 당하는 느낌마저 들게 했다. 물론 이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받아들이기 나름일 것이다. 긍정적 측면으로는 무슨 일이든 집중해서 죽을 만큼 매달라면 못 할 일이 없고 전쟁터같은 세상과의 싸움속에서 밀리지 말라는 것을 돌려말한 표현일 수도 있다. 또는 내가 열심히 살고 있는지 확인해 보는 자기 반성의 시간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하면 틈을 보이지 않을 만큼, 숨쉬지 말고, 매정할 정도로 빠져야만 살아남는다 라고 받아들여져 열심으로 살지 않는 자.. 2021. 1. 21. 숨은 그림 찾기 샌프란시스코 어느 파크 안의 전시장 입구. 가까이에 있을 땐 몰랐는데 멀리서 바라보니...무언가 보였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일도, 사랑도, 사람도, 뭔가를 이루고 찾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숨은 그림 찾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인생도 한발짝 떨어져 봐야 저 기둥 옆에 숨은 모양을 보는 것 처럼 우리가 볼 수 없었던 길이 보이지 않을까... 많은 시간 우리는 습관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보이지 않음에 답답해하고 잘 찾아가고 있는지 자꾸 뒤돌아 보아 왔다. 그러나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으니 저 기둥 사이에 숨어 있는 형상처럼 다가오더라. 아직도 찾지 못한, 나의 숨은 그림이 분명 내 삶의 어느 구석에 있음을 확인했고 그림을 꺼내어 볼 시간이 가까이 왔음을 확신했다. 2021. 1. 13. 난 너에게... 나이가 깊어지니 점점 더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동생들이 그리워진다. 물리적 거리가 있어도 마음의 거리는 내 옆집만큼 가깝다 스스로 위로한들, 보고픈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우리 서로들의 시차때문에, 생활에 쫓겨 연락을 예전만큼 못 하지만 가슴 한 켠에 넣어두고 언제나 꺼내보는 든든한 울타리, 나의 친구들과 동생들. 포도주는 시간이 지나면 그 풍미가 깊어지고 맛이 깊어진다고 하는데 오랜 벗들도 그런 것 같다. 세월이 더해질수록 나이가 늘어갈수록 추억이 길어질수록 나의 가장 오랜 친구들이자 동생들에 대한 우정의 향도 포도주처럼 더 익어가고 있음이 확실하다. 그러하기에 굳이 난 너에게, 넌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따지지 않아도 우리들의 진한 의미는 계속된다~ 2021. 1. 7. 다행이다 고즈넉해 보이는 강가. 동트기 전, 여명의 시간인지... 어둠이 깔리기 전, 개와 늑대의 시간인지 알 수 없지만 어떤이에겐 평화롭게 보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쓸쓸함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어찌됐든 다행이다. 평화롭든 쓸쓸함이든 함께 하는 배 두척이 있으니.... 2021. 1. 3. 이전 1 2 3 4 5 6 다음 반응형 SM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