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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That Life/인생시계

Raincouver, Latecouver

by Latreia 2020.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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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의 우기가 찾아왔지만 골프는 멈추지 않는다.

 

 

Vancouver를 'Raincouver' 라고 부를 정도로 쉬지 않고 오는 빗님들의 잔치, 우기의 계절이 돌아오셨다.

한국에 있을 때는 일부러 창문을 열고 빗소리를 듣곤 했는데 밴쿠버에서 한 해, 두 해, 비를 겪다 보니 비와 함께 커피 한

잔의 여유라는 낭만은 저 멀리 떠나보내고 '이제 그만 좀 오지' 하는 지극히 현실적 반응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중이다.  

그도 그런 것이, 5개월이나 지속되는 우기도 힘들건만 기후 변화 때문인지 빗방울의 줄기 마저 엄청 세져서 내가 처음 왔

올 때 우산 없이 다니던 그런 비가 아니기에 여름의 햇빛과 함께 산책하던 계절이 빨리 다시 오기를 기다리게 된다. 

그러나, 언제까지 'Raincouver'를 외면하고 살 수는 없어서 'Raincouver'답게 'Raincouver'스럽게 순응해 보기로 했다.

그 일환이 남편을 따라 골프 연습장을 가는 것!

신기하게도 몇 번 따라가 보니 안 보이던 게 보이면서 전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어떤 지점들이 이해가 되었다. 

'비가 오는데 골프를 친다고?'

밴쿠버에  온 첫 해, 비가 와도 밴쿠버 사람들은 골프장에 간다면서 남편도 비를 맞으며 골프를 치고 오는 모습이 다소

생경했다. '뭐 그렇게까지?'

내 머릿속엔 한국 골프장의 모습이 고정관념화 되어 있었기에 그랬나 보다. 

그런데 여기는 동네에서 조깅하듯 누구나 편하게, 계절에 상관없이, 격식 차리지 않고 골프를 하는 게 아닌가!!

한국과 달리 가격도 저렴하고 대중화가 되어서 주위를 돌아보니 참 많은 분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골프를 하고 있더라. 

그래, 그거였구나.

비가 오면 연습장이라도 가서 연습을 하는 일상이, 마냥 내년 여름만을 기다리는 미련한 나보다 현명한 자세임을!

빗님들이 찾아 오는 날들은 집에만 있거나, 운동이 하고 싶으면 헬스장에 가는 거라는 나 혼자만의 룰을 지키며 지내왔

는데 살짝 마음을 바꾸니 'Raincouver'를 누리는 길이 보였다. 

한국처럼 시설이 대단히 의리 벅적한 게 아닌지라 한국에서 골프를 칭다오신 분들은 자동화 시설도 안 되어 있고 편의 시

설이 다양하지도 않은 연습장을 보고 불편함과 실망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내가 그랬으니까... 잘 치지도 못하면서... 불만을 찾기 시작하니 끝이 없고 피로감만 쌓였다.

여기에 살다 보면 성향이 그리 바뀌는 건지, 나 역시 캐네디언의 정서로 물들어 가는 건지, 지금의 컨디션에 만족하고 거

기에 맞춰 살아가고 있더라. (글쎄... 인간은 환경의 동물이라 그런 건지... ^^)

골프장뿐만 아니라 모든 변화가 다른 도시에 비해 속도가 많이 느린 밴쿠버는 내 개인적으로 Latecouver라고 부른다.

그 'Latecouver'의 분위기가 우리 삶의 어떤 부분을 강제적으로 안분지족 하며 살아가게 하는 힘이 숨어 있는 듯하다.  

그래서 밴쿠버를 바라보는 시선은 비와 함께 느림의 미학이 있는 운치 있는 도시로 여길 수도 있고

반대로 지겨운 우기와 함께 단조로움에 재미없는 도시로 경험될 수도 있다.

전자이든, 후자이든 그건 순전히 각자의 마음의 상태와 상황에 달렸으리라...  

그럼, 나는 어디... 어디쯤?  

뭐... 어디쯤이면 어떠리.

오늘도 하루의 시간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언젠가 우중 골프까지 칠 수 있는 정도로 골프에 푹 빠지도록 남편 따라

다니며 착실히 배워봐야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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