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극적인 분위기가 보는 내내 미소를 머물게 하고 현실에 매여 있는 나에게 혹은 우리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 웃고 있지만 애틋함과 눈물이 나게 하는 페이소스가 있는 영화, 포레스트 검프.
우리에게 잘 알려진 80년대 향수의 영화 <백투더 퓨처>를 만든 로버트 저메키스의 따뜻한 휴머니즘 영화로 개봉한지 2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추천하고픈 나의 애장 영화중 하나. ^^
1994년 여름, 미국에 유학 갔던 친구가 잠시 한국을 나와서 오랜 만에 함께 봤던 뜻깊은 영화이자 거기다 기대치 않게 큰 감동을 준 포레스트 검프. 영화 정보를 알거나 소문을 듣고 보러 간 게 아닌, 그저 더위를 피하고 킬링 타임용으로 보러 갔을 뿐이었다. 그러나 2시간 30분이라는 러닝 타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빨려 들어가서 엔딩 타이틀이 올라가도록 친구와 내가 무엇인지 모를 먹먹함과 애잔함으로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지 못 하고 서로 고개만 끄덕였던 기억이 있다. 영화를 보고 밖에 나왔을 땐 더위를 잊게 해주는 시원한 청량감과 따뜻한 티가 어우러진 묘한 기분마저 들게 했다.
영화는 깃털(새털) 하나가 여기저기를 날아다니다 버스 정류장 벤치에 앉아 있는 포레스트 검프의 발 옆에 떨어지면서 이야기가 시작 된다. 포레스트 검프는 그 옆에 앉아 있던 한 여성에게 그의 삶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버스 정류장에서 그의 이야기를 듣던 사람들이 계속 바뀐다.어떤 사람은 믿지 못하겠다는 태도를 취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무관심한 태도를 짓던 사람도 있었으며 재미있게 듣고,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이것은 우리들의 변화무쌍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감독이 일부러 그린 것 같다.
남들에 비해 다소 바보스러운 포레스트는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며 그의 아픔과 사랑을 회상하지만 결코 슬픈 삶이 아니었다. 어찌 보면 제일 넉넉함과 가장 순수한 마음을 가진 한 남자가 행복했던 인생을 우리는 우리가 사는 잣대와 모양으로 해석하고 동정심을 던졌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영화의 첫 장면을 꼽는다면 단연 포레스트 검프의 깃털 씬이다. 깃털의 자유로운 날개 짓은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전달하며 영화의 애잔한 엔딩까지 연결해 주는 큰 역할을 한다. 이 깃털은 포레스트가 엄마 다음으로 가장 사랑했던 제니가 유년기 때 아버지의 학대를 피해 숨어 기도를 했던 제니 꿈의 연결고리이자 상징이기도 하다.
“Dear God, make me a bird. So I could fly far. Far far away from here.”
아버지로부터 도망가고픈 어린 제니의 시선에서는 새가 되어 훨훨 날아가는 것만이 유일한 탈출이라고 생각했다. 새가 아닌 깃털만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장면은 제니의 바램이 이뤄진 것이자 꿈의 상실을 보여준다.
감독은 포레스트를 통해 우리 스스로에게 묻고 생각하게 한다. <포레스트 검프>는 단지 보통인들 보다 지능이 떨어진 인물의 바보 같은 짓 -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고, 군대 동기를 구하러 위험한 불속으로 들어가고, 군대에서 사고를 당해 몸이 불편해진 동료와 힘든 여정을 함께 하고, 떠난 연인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결국 그녀의 죽음까지 지켜주는 포레스트의 순애보를 그저 단순한 재미로만 전달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그의 한결같고 계산 없는 언행일치의 인생은 평범히, 무사히 잘 살아간다고 자부하는 우리들이 놓치고 살아가는 일들은 없는지, 우리는 과연 포레스트처럼 진실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가를 자문하고 검증하는 시간을 준 것이다.
영화는 또한 우리네 인생의 길라잡이가 되어 희망을 노래하게 한다.
IQ 75라는 낮은 지능 지수라서 다소 불편함이 있는 포레스트에게 '삶은 초콜릿 상자와 같아. 무엇을 얻게 될지 절대 몰라'라는 엄마의 인생 모토가 포레스트 삶의 믿음이 되었고 그래서 한 곳만을 향해 달릴 수 있는 힘이 된다. 엄마의 초콜릿 상자는 포레스트뿐만 아니라 지친 인생들에게도 삶은 견딜만하고 그 끝엔 빛이 있음을 알려주는 달콤한 선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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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트 검프(1994)
감독 - 로버트 저메키스
출연 - 톰 행크스, 로빈 라이트 외
불편한 다리, 남들보다 조금 떨어지는 지능을 가진 외톨이 소년 ‘포레스트 검프’. 헌신적이고 강인한 어머니의 보살핌과 콩깍지 첫사랑 소녀 ‘제니’와의 만남으로 사회의 편견과 괴롭힘 속에서도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을 지니고 성장한다.
여느 날과 같이 또래들의 괴롭힘을 피해 도망치던 포레스트는 누구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자신의 재능을 깨닫고 늘 달리는 삶을 살아간다. 포레스트의 재능을 발견한 대학에서 그를 미식축구 선수로 발탁하고, 졸업 후에도 뛰어난 신체능력으로 군에 들어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성과를 거둬 무공훈장을 수여받는 등 탄탄한 인생 가도에 오르게 된 포레스트.
하지만 영원히 행복할 것만 같았던 시간도 잠시, 어머니가 병에 걸려 죽음을 맞이하고 첫사랑 제니 역시 그의 곁을 떠나가며 다시 한번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는데… 과연, 포레스트는 진정한 삶의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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