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았다.
노래를 들었다.
책을 읽었다.
여행을 했다.
누군가를 만났다.
음식을 먹었다.
행위 뒤에 우리는 생각을 한다.
혹은 생각을 강요받는다.
"어떤 메시지를 얻었어?"
"어떤 느낌이야?"
"그 부분이 감동적이지?"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
모두가 다 같은 감동감화를 받는 어는 지점이 나에게는 무념무상으로 오는 경우도 있다.
반면에 나는 희노애락을 느끼는 어떤 것이 사람들에겐 그저 그런 별 감흥 없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쉬운 예로 드라마를 얘기해 본다.
24년 전, 온 국민이 '허준'이란 드라마에 모두 빠져있을 때, 나는 KBS의 '바보 같은 사랑'이란 드라마에 매료되었다.
그 드라마는 멋진 슈트같은, 멋드러진 비쥬얼의 얘기가 아니고 아무때나 막 입는 편한 운동복 같은 조금은 촌스러운 소시민의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였다.
시청률은 당연 1%대... 그러하기에 더더욱 응원하고 싶었고 노희경 작가가 전하는 메세지가 마음에 와닿았다.
아무튼 난 '허준'이란 역사적 인물과 그의 업적은 알지만 드라마의 내용을 몰랐기에
밖에서 누군가와 만나 '허준' 드라마 얘기가 나오면 그 얘기에 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내가 '바보 같은 사랑'을 본다고 하면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이도 있었다.
시청률의 높고 낮음으로 그 드라마의 질을 평가할 수도 없고 모두가 재밌게 보았다고 당연히 다 좋아하라는 법도 없다.
나도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나 관객이 많이 든 영화, 모두가 엄지 척하는 요리, 인기 많은 노래에서 선호하는 것들이 있다. 보편적으로 모두가 사랑하는 것들을 무턱대고 싫어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저 각자의 기호이고 각자의 취향이기에 의미와 감동을 억지로 획일화시키지 말자는 것이다.
때론 의미 없이 멍 때리고 앉아 있기도 하고
때론 찰나의 즐거움만 남는 영화를 보기도 하고
때론 누구도 잘 듣지 않는 노래의 한 소절에 눈물이 나기도 하고
때론 입맛 돋워 주는 반찬 하나에 쌓여 있던 스트레스가 날아가기도 하더라.
서로의 다름과 차이를 인정해 주고 알아간다면 인생의 의미는 늘 자연스럽게 체득되지 않을까...?
우리 마음 안에 작은 공백 정도는 마련해 두자.
그래야 언제든, 어느 때든 나와 다른 모양을 담아 둘 넉넉함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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