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식물을 잘 키우지 못하는 일명 식물킬러인지라 굳이 내돈 주고 사서 키워 볼 생각을 안 해 보았다.
그럼에도 화분이나 꽃을 선물 받으면 ‘얘를 잘 키워서 생명 연장을 해줘야지!’ 라는 결연한 의지가 샘솟아서
식물들의 자리를 잡아주고, 물을 주고 나만의 사랑을 주며 희열을 느낀다.
물을 몇 번 준 행위만으로 자기 만족에 빠져버린 식물킬러는 바라보고 바라보고 또 바라만 본다.
점점...푸름이 옅어지고, 빨갛고 노랗던 색들이 사라져갈 때쯤, 식물들의 신호를 알아챈다.
그렇다. 그저 바라 보기만을 즐기다가 물주는 것을 잊어버리고 햇빛 한 줄기를 못 받게 했으니 메말라 가는 건 당연지사.
살려달라는 S O S를 잎의 색깔로, 흐려지는 내음으로 외쳤을 텐데 나는 애써 외면했는지도 모른다.
‘설마...그리 빨리 시들겠어? 자생력이 있겠지.’
식물들을 더 이상 심폐소생조차 못 할 때가 돼서야 늦은 후회를 한다.
내가 물을 주기만 했어도 내 옆에서 더 초록의 싱싱함을 자랑했을 터인데...
화분의 식물이 세상과 작별하는 것을 보면서 문득, 우리들의 마음도 식물과 다르지 않다는 감정이 밀려왔다.
나의 마음이에게 더 강해지라고 채찍만 하거나 혹은...
너무 안일하게 방치해서 시들어가고 있는건 아닌지...
그래, 가끔은 내 안의 나를 들여다보는 돋보기를 낄 필요가 있다.
어쩌면 내 마음은 내가 가장 잘 안다는 착각과 스스로의 위안에 속아서, 시들어간 식물처럼 내 마음이 메말라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무엇으로 내 마음을 적셔줄 수 있을까?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내 마음을 푹 담궈 줄 나의 물과 햇빛, 그것을 찾아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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