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at Life/인생시계

웃음으로 기댈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웠습니다.

Latreia 2020. 11. 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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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에게 웃음을 주고 있을까?

 

웃음이 주는 에너지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웃음이 없었다면 물없이 고구마를 먹는 것 처럼 삶이 얼마나 팍팍했을까..?

그래서 직업적으로 사람들을 웃겨주는 희극인들을 보면 하나님이 주신 엄청난 달란트가 있음에 부럽다.

 

2008년, 내가 정말 힘든 일로 한달 가까이 칩거하며 나의 일상이 무너지고 감정들조차 말라가던 암흑기가 있었다.

너무 힘드니까 새벽기도를 나가 하나님께 살아갈 힘을 달라고 애원하며 매달렸던 때였다.

어느 날, 새벽기도를 다녀온 후, 그날 따라 집 안의 적막함이 싫어서 한 동안 켜지 않던 TV를 켜고 이리저리 돌리다가 우

연히 어떤 개그 프로의 재방송을 보게 되었는데 한 코너의 이름이 '조선왕조부록' 이었다.

'조선왕조부록' 코너 이름도 웃기지만 거기 나오는 여자 개그우먼 그녀... 그 때 막 데뷔했던 그녀, 더 이상 매체에서 볼 수

없게 된 그녀가 아낌없이 그 한 몸 희생해서 웃음을 주는데 메마른 내 감성에 생기가 살아나는 느낌이랄까..?

 

그녀가 나에게 쏘아 올려준 그 날의 웃음은 내가 회복할 수 있는 요인중의 하나였기에 특별히 나의 가슴에 새겨 있다. 

그렇게 웃음이란 큰 선물을 준 멋쟁이 희극인은 나보다 더 오래 사람들 곁에 남아 있을 줄 알았다. 

평범한 상식선에서 생각하면 그것이 자연스런 섭리이니까 말이다. 

간혹 우울증을 견디다 못 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가수나 배우들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너무 충격이고 가슴이 아팠다.

'아무리 힘들어도 생의 마지막 선택은 하지 말지'라고 떠나간 사람들을 안타까워 하면서 어떻게든 그들을 이해하고자

직업에서 오는 예민한 예술적 감성때문에 버티기 힘들었나 정도로 받아들였다.

 

 

가수나 배우가 아닌 웃음을 만드는 사람들은, 긍정의 에너지가 솟는 사람들은, 똑같이 어려운 상황이 와도 단단할 것 같

았다. 자신들 스스로가 우스운 사람으로, 웃기는 사람으로, 때로는 조소와 조롱을 받으면서도  대중을 웃게 하는 그 단

단함이 있기에 우울증 따위, 자괴감 따위, 금방 털고 일어날 수 있는, 자생력이 강한 사람들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들도 우리와 다른 게 없는 감정선을 가진 보통의 우리였다.

아니,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한번 더 바라봐 주고 용기 주고 기도해 주었어야 했다. 

방송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그들의 상태가 어찌 되었든 웃음과 에너지로 우리는 위로를 받고 묵은 피로감을 떨쳐 낼 수

있었지만 프레임 밖에서 그들은 혼자 이겨내려 몸부림 치고 있거나  "괜찮아, 나는 잘 하고 있습니다."라는 가면을 쓰고 

순간순간의 자기 최면 상태에 빠져 있었던 건지 모른다. 그래야 견딜 수 있었을테니까...

 

11월 2일, 갑자기, 느닷없이 떠난 멋쟁이 희극인 그녀.

남을 깍기 보다는 자신을 깍아내리며 웃음으로, 재치와 지혜로 많은 사람을 따뜻하게 해 준 사람. 

작년 여름, 어느 프로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다른 사람보다 모든 게 늦는다" 고 얘기했던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웃음을 주는 사람이 인생을 이리도 일찍 마감을 하다니, 이 무슨 블랙코미디도 아니고...

 

알게 모르게 외모와 겉모습에 중심을 둔 우리들이 때때로 그녀가 주는 자기 희생적 웃음을 너무 쉽고 당연히 받아들이면

서 그녀를 극단전 선택을 하게 한 이유중의 하나가 아닌지... 조심스리 참회해 본다.  

진정한 멋쟁이 그녀, 그 동안 웃음으로, 숨은 나눔으로 작은 어깨를 내어줘서 고마웠어요. 애썼어요.

하나님의 평안한 품에서 그녀와 엄마가 쉼을 갖길 기도합니다.    

 

우리 모두, 잃고 나서 소중함을 알지 말고 늘 잊지 말고, 소중하게 바라보기를 나 스스로에게 먼저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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