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at Life/인생시계

세상은 자꾸 우리에게 미쳐야 한다고 했었다.

Latreia 2021. 1. 21. 20:10
반응형

한 때 미쳐야 한다는 미디어가 홍수인 때가 있었다. 나는 언제 미치게 빠져 들었던 적이 있었는지 잠시 기억을 되뇌여본다.  

 

한 때의 유행 중, 공부든, 일이든, 연애든 어느 한 분야에 미친 듯이 빠져보라는 사회 분위기가 암묵적으로 흐르던 때가 있었다.  

세상의 모든 공식들이 미쳐야만 생존할 수 있게끔 답안을 만들어 놓고 그것에 도달하지 못하면 '넌 낙오자'야 라고 손가락질 당하는 느낌마저 들게 했다.  

물론 이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받아들이기 나름일 것이다.

긍정적 측면으로는 무슨 일이든 집중해서 죽을 만큼 매달라면 못 할 일이 없고 전쟁터같은 세상과의 싸움속에서 밀리지 말라는 것을 돌려말한 표현일 수도 있다. 

또는 내가 열심히 살고 있는지 확인해 보는 자기 반성의 시간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하면 틈을 보이지 않을 만큼, 숨쉬지 말고, 매정할 정도로 빠져야만 살아남는다 라고 받아들여져 열심으로 살지 않는 자신에게 회의감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얼마나 달렸는지 이젠 다들 쉬라고 난리다.  

물론 권면도, 강요도 아닌 각자의 선택이지만 "미쳐라"가 주는 그 한 단어의 무게감으로 검사 받을 필요없는 숙제를 부담감처럼 안고 가는 사람들도 속출했으리라.

폭발하는 열정이 끓어 넘쳐 자의적으로 미치게 달렸던 하드코어 열혈인도 있었을 것이고

"20대니까..." "아직 젊으니까..." "저 사람도 하는데..." "아직 안 늦었다고 하니까..." 라는 마음의 숙제를 끝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미친 척만 했을 어떤이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젠 '미쳐라'라는 말이 너무 식상해졌는지 다들 쉬라고 한 목소리를 낸다.

이건 뭐 어느 장단에 춤추라는 건지...

"미쳐라"에서 "쉼"이라는 열풍으로 옮겨가면서 자기 연민에 빠지는 이들이 있다.

누구나 안식을 갖는 건 정말 중요한 부분이나 자칫 그 유행과 상업적 프레임속에 갇혀서 자신의 현재를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살짝 미쳐서 사는 인생, 쉼을 가지며 느리게 가는 인생 다 좋다.

하지만 나는 가능한 어느 한쪽에 너무 치우쳐 살지 않는 균형 있는 삶을 유지하고픈 게 작은 소망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