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키, 에머랄드 호수를 담아오다
엄마가 밴쿠버에 결혼 한 막내 딸 보러 오셨을 때 처음으로 단 둘이, 다녀온 록키 여행.
에머랄드 호수를 보며 엄마가 탄성을 자아냈던 그 잔상이 저 사진을 볼 때마다 떠오른다.
몇 해 전까지, 여름이 되면 "엄마, 록키 보러 다시 가야지! 캐나다 빨리 와" 라고 종용(^^) 아닌 종용을 했다.
그런 나의 립써비스 효심에 세상 구경 좋아하는 엄마는 "그래 가고 싶어. 가야지." 라는 찐 야망과 야심(?)을 보였건만 한
해가 갈수록 우리들의 약속은, 정확히 말해서는 나의 게으름때문에 퇴색되어 갔다.
멀리 떨어져 일상에 묻혀 살다보니 라는 이유를 만들고 내 주위의 모든 것이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은 이기적인 믿음은
나의 베짱이 정신을 정당화했다.
하지만 올 해, 코로나를 겪으며 엄마가 캐나다에 오는 것이 힘들어 질 수도 있겠구나...라는 걱정이 엄습해서 엄마랑 통화
하며 슬쩍 말을 꺼냈다.
"내년에 코로나 좀 진정되면 캐나다 와서 여행가자."
전화기 저 너머, 먹먹해 하며 말하는 엄마의 모습이 바로 내 눈에 앞에 있는 듯 선명히 투영되었다.
"엄마가 올 해 여든인데 코로나보다 나이가 더 무섭다. 갈 수 있는 기력이 될까..."
엄마와 나에게 해마다 선물되는 "나이"를 엄마는 온 몸과 마음으로 체감하고 나는 "나이"를 앞세워 알 수 없는 체증을 느
끼며 부대껴 하고 있었다.
나의 체증이야 마음먹고 채찍 한번 때리면 내려가는 것이지만 엄마의 체감도는 훨씬 무겁고 버겁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경험할 수 없는 넘사벽의 엄마의 나이.
그래도 나는 엄마가 뭐라하든 희망적인 메세지를 계속 전하려고 한다.
록키 여행이 엄마와 떠난 둘만의 추억의 시작입니다!! 그 뒷장도 우리 계속 만들어갑시다 오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