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지만 친숙한 Santa Barbara
2016년, 5월 미국여행 중 방문한 산타바바라.
미국 안에서도 스페인을 옮겨다 놓은 듯한 분위기로 유럽의 색을 느낄 수 있는 휴양지다.
이런 아름다운 도시에 아련한 추억을 간직한 남편이 있어서 더 가깝게 다가온 곳이다.
남편에게 산타바바라는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던 것일까?
잡힐 듯 잡히지 않던 17년이란 시간을 넘어서야 남편은 비로소 자신의 20대 중반의 옛 시간여행을 갔던 것이다.
“Santa Barbara"라는 표지판을 본 순간 남편은 젊었던 자신과 마주 했는지, 40대 중반의 건장한 남자가 눈물을 보였고
그 눈물은 헤아릴 수 없는 감정들이 담겨져, 마치 바이러스처럼 남편의 깊은 슬픔과 평안함이 동시에 나에게 전해졌다.
산타바바라는 남편이 20대 시절 유학 중, 갑작스런 아버지의 부고로 한국을 나왔다가 다시 돌아가지 못 한 사연과 20대의 가장 찬란했던 시간을 보낸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남편은 산타바바라는 자기에게 가나안 땅과 같다고 말하곤 했다.
남편에게 희망과 절망이 공존한 이 곳, 산타바바라.
이방인으로 산타바바라의 여유로운 공기를 마시며 설레임으로 함께 거닐었지만
같은 장소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과 감정은 사뭇 달랐다.
나에게 산타바바라는 처음 마주하는 도시에서의 신나는 소풍같았고
남편에게는 오랜 세월에서 오는 친숙한 낯설움의 도시라고나 할까...
남편은 그 친숙한 낯설움을 지도 삼아 어떤 장소, 어느 거리에서 옛 시간들을 찾아 조우하며 인사했을 것이다.
나는 지극히 여행객의 눈높이로 도시 구석구석의 고풍스러움과 미국 안의 작은 유럽 분위기에 매료 되었고
17년 만에 찾아 온 남편은 고향을 떠나살다 옛 집에 들린 듯 추억을 찾아다니며 그 향수에 취해있었다.
그 모습에서 20대 시절 남편의 젊음이 보였고 또...이 아름다운 도시에 젊은날의 특별한 초상이 녹아있음에 부럽기까지 했다.
남편에겐 그리움의 장소이자 시간 여행자가 되게 해준 고마운 도시.
나에게는 기억의 세포를 자극시켜서 여행을 마치고 와서도 플랙시백 시켜 준 도시.
그렇게 산타바바라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닌 우리들의 추억의 성지가 되었다.
짧은 일정을 마치고 떠나는 날, 남편과 나는 산타바바라의 노을을 또 보러오자고 약속하며
우리의 2016년 5월의 어느 날을 보물처럼 숨겨두고 왔다. ^^